- 작성일 :08-11-04 11:55 / 조회 :3,996
[광주드림] 최선의 선택을 고민하는 의사들
글쓴이 : 광주새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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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언서판(身言書判). 예로부터 동양에서 인재를 고를 때 보는 4가지 기준이다. 인물됨과 말솜씨, 글씨, 그리고 판단력이다. 이 중에서 ‘판(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왔다.
의료현장에서도 순간 순간 중요한 판단을 요구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환자나 보호자도 힘들겠지만 치료를 책임지는 의료진도 고민과 번뇌에 시달릴 때가 많다. 바로 판단의 시점이다. 한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항상 고민하고 연구하고 스스로 자신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척추는 골격, 인대, 신경, 관절, 디스크 그리고 근육 등이 서로 유기적으로 얽혀있는 매우 복잡한 구조이다. 이 구조들은 한 가지가 문제가 생기면 다른 곳에도 같이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일례로 퇴행성 디스크질환은 디스크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오랜 기간 디스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주위 관절과 근육에 만성적인 문제를 동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므로 단순히 디스크만을 해결해준다고 해서 허리의 문제가 다 해결되는 건 절대 아니다. 필자는 척추전문의로서 척추수술은 하면 할수록 매 상황이 항상 흥미롭고 복잡하게 얽혀있음을 느낀다. 그럴 때 마다 나에게 요구되는 판단의 순간에 어려움을 느낄 때가 있다.
수술을 하는 판단은 사진 등에 병의 확진이 되었다고 해서 무조건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아무리 사진에 병이 심하게 있더라도 사진과 꼭 비례해서 환자의 증상이 나오진 않는다. 우선적으로 사진의 증상과 환자의 증상이 일치해야 한다. 전혀 아프지 않는 사람을 대상으로 무작위로 요추 MRI 검사를 해본다면 아마도 열에 다섯은 디스크 탈출증이나 협착증이 나올 것이다. 그러나 전혀 증상이 없는데도 이들을 디스크환자나 협착증 환자라 할 수 없으며, 더구나 수술을 할 순 없는 일이다. 또한 환자는 심한 통증을 호소하지만 MRI 등의 검사에서 생각만큼은 심하지 않는 병변이 있다면, 이런 경우에도 수술을 하는 것보다는 물리치료나 약물치료, 신경치료 등의 보존적 치료를 시행해보는 것이 타당하리라 본다.
또 이런 경우도 있다. 환자의 증상이 매우 심하고 사진 상에서도 질환의 정도가 심하다. 그런데 너무 심해서 이미 신경손상의 회복이 불투명한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 아무리 수술을 잘 한다고 해서 환자의 증상이 별로 회복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수술을 하는 것이 환자에게 보탬이 될까?
필자가 가장 존경하는 선배가 계신다. 선배는 늘 사석에서 “척추외과의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손재주나 지식의 정도가 아니라 디시전 메이킹(Decision making)이다”고 강조하신다.
환자를 대하면서 그 환자에게 가장 최선의 선택을 이끌어 내는 것, 즉 환자의 증상에 맞는 검사를 하는 것, 수술여부를 결정하고 어떠한 수술을 하는 것이 더 나은지를 바르게 결정하는 것. 이는 바로 판단력이다.
바로 이 판단력이야말로 환자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일 것이다.
김한웅 <광주 새우리병원 신경외과 전문의>
신언서판(身言書判). 예로부터 동양에서 인재를 고를 때 보는 4가지 기준이다. 인물됨과 말솜씨, 글씨, 그리고 판단력이다. 이 중에서 ‘판(判)’이 가장 중요하다고 여겨왔다.
의료현장에서도 순간 순간 중요한 판단을 요구하는 상황이 벌어진다. 환자나 보호자도 힘들겠지만 치료를 책임지는 의료진도 고민과 번뇌에 시달릴 때가 많다. 바로 판단의 시점이다. 한 순간의 잘못된 판단으로 엄청난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에 항상 고민하고 연구하고 스스로 자신을 발전시켜 나가야 한다.
척추는 골격, 인대, 신경, 관절, 디스크 그리고 근육 등이 서로 유기적으로 얽혀있는 매우 복잡한 구조이다. 이 구조들은 한 가지가 문제가 생기면 다른 곳에도 같이 영향을 끼치게 된다. 일례로 퇴행성 디스크질환은 디스크만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오랜 기간 디스크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해 주위 관절과 근육에 만성적인 문제를 동반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러므로 단순히 디스크만을 해결해준다고 해서 허리의 문제가 다 해결되는 건 절대 아니다. 필자는 척추전문의로서 척추수술은 하면 할수록 매 상황이 항상 흥미롭고 복잡하게 얽혀있음을 느낀다. 그럴 때 마다 나에게 요구되는 판단의 순간에 어려움을 느낄 때가 있다.
수술을 하는 판단은 사진 등에 병의 확진이 되었다고 해서 무조건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본다. 아무리 사진에 병이 심하게 있더라도 사진과 꼭 비례해서 환자의 증상이 나오진 않는다. 우선적으로 사진의 증상과 환자의 증상이 일치해야 한다. 전혀 아프지 않는 사람을 대상으로 무작위로 요추 MRI 검사를 해본다면 아마도 열에 다섯은 디스크 탈출증이나 협착증이 나올 것이다. 그러나 전혀 증상이 없는데도 이들을 디스크환자나 협착증 환자라 할 수 없으며, 더구나 수술을 할 순 없는 일이다. 또한 환자는 심한 통증을 호소하지만 MRI 등의 검사에서 생각만큼은 심하지 않는 병변이 있다면, 이런 경우에도 수술을 하는 것보다는 물리치료나 약물치료, 신경치료 등의 보존적 치료를 시행해보는 것이 타당하리라 본다.
또 이런 경우도 있다. 환자의 증상이 매우 심하고 사진 상에서도 질환의 정도가 심하다. 그런데 너무 심해서 이미 신경손상의 회복이 불투명한 경우에는 어떻게 해야 하나 아무리 수술을 잘 한다고 해서 환자의 증상이 별로 회복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수술을 하는 것이 환자에게 보탬이 될까?
필자가 가장 존경하는 선배가 계신다. 선배는 늘 사석에서 “척추외과의에게 가장 중요한 덕목은 손재주나 지식의 정도가 아니라 디시전 메이킹(Decision making)이다”고 강조하신다.
환자를 대하면서 그 환자에게 가장 최선의 선택을 이끌어 내는 것, 즉 환자의 증상에 맞는 검사를 하는 것, 수술여부를 결정하고 어떠한 수술을 하는 것이 더 나은지를 바르게 결정하는 것. 이는 바로 판단력이다.
바로 이 판단력이야말로 환자치료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일 것이다.
김한웅 <광주 새우리병원 신경외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