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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RI공간

언론보도자료

광주새우리병원의 언론에 보도된 신문/방송관련 내용을 보실수 있는 코너입니다.

  • 작성일 :08-06-10 16:20 / 조회 :3,9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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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주드림] 가끔 뒤를 돌아보자

글쓴이 : 광주새우…

신문을 클릭하시면 큰 화면으로 보실 수 있습니다.

의과대학을 졸업하고 인턴생활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되던 때, 지금 정도 되는 계절이었다. 그때 겪었던 일이 아직도 생생하다. 폐암으로 고생하던 환자의 남편은 초등학교에 다니는 자녀를 둔 40대 초반이었다. 한참 정신없이 이 병동 저 병동으로 뛰어 다니던 중 그 환자의 병실에서 응급호출이 왔다. 불길한 예감에 서둘러 달려가 보니 환자는 거친 숨을 몰아쉬고 있고 남편과 아이들이 옆을 지키고 있었다. 환자는 힘든 목소리로 계속 말을 했다. “미안해, 미안해.”

남편은 아내에게 눈물을 보이지 않으려 애쓰고 있었고 잠시 뒤 환자는 힘들게 생을 마감했다. 임종이 확인된 뒤 남편이 아내에게 엎드려 울면서 했던 말이 아직도 귓가에 생생하다. “먼저 가서 편한 곳에서 기다리고 있어! 나중에 나도 따라갈게.” 처음 겪는 일이라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 화장실로 가서 눈물을 훔치고 나왔지만 울었던 흔적이 보일까봐 병실에 들어가지 못했다.

그때 생각을 하면 지금도 가슴 깊은 곳이 아리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힘든 환자를 보면 가슴이 아팠고, 환자의 신체뿐만 아니라 마음도 보듬어 주어야 진정한 의사라고 믿었던 새내기 시절의 생각이 떠오른다. 보호자와 병원 후미진 계단에서 늦은 밤까지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고 불친절한 선배의사를 보고 혼자서 분개하던 시절이 떠오른다.

10년도 더 지난 지금의 나는 어떻게 살고 있는 걸까. 아침부터 저녁까지 계속되는 진료시간에 쫓기면서, 새벽차를 타고 와 1시간을 기다린 환자가 10분 진료를 받을 수밖에 없는 현실을 인정해야 하는 무력감을 느낀다. 어느 새 창밖이 어둑어둑 해지고 저녁 회진을 시작한다. 수술 전 의사보다 더 긴장하고 있을 환자의 손이라도 한 번 잡아 줘야 한다는 마음도 그저 생각에 그친다. 이렇게 정신없이 하루가 지나가면 내 의지와 상관없이 뭔가에 끌려 다니는 듯한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수술 후 퇴원 예정인 환자의 보호자가 찾아 오셨다. 집에서 직접 만든 술을 주시면서 너무 좋아졌다고 고마워하셨다. 간단한 수술이었고 당연히 증상이 호전될 거라 생각했던 경우였기 때문에 그렇게까지 기뻐하실 줄은 몰랐었다. 너무 바쁘다는 핑계로 환자나 보호자의 걱정이나 감정에는 무관심해지고 단순히 육체적 질병에만 몰두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가끔 예전을 돌이켜보면 좋겠다. 타성에 젖어서 떠밀려 가듯이 살고 있지는 않은지, 너무 앞만 보고 달려가고 있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수 있는 여유가 있었으면 좋겠다. 처음 시작할 때의 순수했던 느낌, 각오, 열정을 아주 가끔이라도 되새겨 보고, 진정 바라던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 천천히 생각해 보자. 잠시 쉬었다 가는 것이 어쩌면 더 알차고 멀리 갈 수 있지 않을까?

오늘은 학창시절 사진을 꺼내봐야겠다. 가끔, 아주 가끔이라도 뒤를 돌아보자.

송재욱 <광주새우리병원 신경외과 전문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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